창원점 조회 635 | 2021-05-19 |
화병에 대해서
화병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잘 알려진 병으로, 한 때 국제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IV)에 한글 발음 그대로 Hwa-Byung으로 등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변에서도 화병인 환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드라마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대개 중년 여성이 뒷골을 부여잡거나, 가슴을 탕탕치는 모습은 화병의 전형적인 클리셰이다. 이 외에도 마음의 응어리, 한恨맺힘,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바탕으로 피곤함, 우울함, 두려움, 소화불량, 호흡곤란, 빈맥, 전신통증, 불면증 등 다양한 증상들이 드라마 속 배우들의 연기에 녹아있는 경우가 많다.
화병의 정식명칭은 울화병鬱火病이다. 울鬱이란 순조롭지 못하고 막혀있다는 뜻으로 분노와 같은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여 쌓여 누적되어 화가 되는 것火化이 곧 화병이라고 볼 수 있다. 초기에는 분노와 억울함을 참다가 결국 폭발하는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응어리지고 한맺힌 것이 내재화되어 만성적인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화병은 시기에 따라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네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처음에는 분노기로 화를 직면했을 때 화가 치밀어 오르는 시기이다. 분노가 치미는 증상이 특징이며 몇 분, 혹 며칠 지나면 분노기는 끝나게 된다. 다음은 갈등기로 분노기가 지나고 해소되어 나타나며, 고민이 많고 쉽게 놀라는 등의 정신적인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흔히 정신쇠약, 초조불안 등으로 표현한다. 세 번째는 체념기로 분노를 억제하고 참는 생활을 지속하는 단계이다. 감정이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같은 스트레스를 겪으면 증상으로 연결이 되고 우울한 기분에 빠지기 쉽다. 마지막은 증상기라고 하는데 오랫동안의 억울함으로 분노와 함께 우울이나 불안 증상이 많으며 화병의 신체증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화병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증상기가 75%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화병 환자의 특징들을 살펴보면 이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화병의 원인은 역시 스트레스다. 모두가 짐작하다시피 그 스트레스의 원인은 남편으로 인한 것이 1위이다. 2위는 시댁, 3위는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것으로 사람사는 모습이 대개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병원인은 30대에 중반에 주요 스트레스 사건이 발생한데서 시작하고, 발병기간은 8-9년을 거치게 된다. 다만, 최근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여 10, 20년 전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감안할 필요는 잇다.
앞서 드라마에서 중년 여성이 주로 화병을 연기하는 것처럼, 화병환자군에서 40-50대 나이의 여성들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데, 평균나이는 49세이며 연력이 높아질수록 화병의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성을 보였다. 이 또한 사회가 변하면서 달라지고 있다. 최근들어 젊은 사람과 남성에서도 화병이 증가하고 있는데, 20대가 5%, 남성이 23%까지 나타난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환자들은 화병을 낫지않는 질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가정사가 원인이라 근본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지레짐작하여 운명이라 체념하기도 한다. 하지만 화병은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최근에는 정신과에서 우울증 처방을 받는 경우도 많은데, 병이름 자체가 한방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화병은 한방으로 부작용없이 치료가 잘 되는 분야 중 하나이다.
화병은 우울증, 불면증, 두근거림 등 심리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부차적인 병도 만들어낸다. 최근 치료받은 환자의 경우 전신통증이 이유없이 아픈 것이 5년 이상되었는데 진통제 등 다른 치료로는 효과가 전혀 없었다. 진단결과 화병이었으며 간기울결을 치료하는 가미소요산을 복용하고 통증이 사라졌다. 이처럼 디스크, 협착증, 두통 등 각종 통증 외에 소변의 이상, 소화의 문제들도 화병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
물론 화병의 특성상 치료 종결 이후에도 증상이 남아있을 수 있고 스트레스 사건에 의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화병환자는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화병에 대한 교육과 이해, 스트레스 사건에 대처하는 전략의 구성, 자존감유지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 스트레스 사건에 대처하는 전략에는 평소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운동, 취미, 자기계발, 감정다스림 등이 포함된다. 증상이 사라진 이후에도 이런 과리법에 대한 교육과 상담이 상당시간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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