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세균성 질염과 프리바이오틱스로서의 한약의 역할
세균이라고 하면 우리 몸에 들어와 염증을 일으키는 등 유해한 영향을 주는 이미지를 우선 떠올리지만 실은 우리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어야 할 소중한 대상이 바로 세균입니다. 성인의 몸에는 대략 무게로 따지면 1.5~2Kg 정도의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그 종류도 천여종 이상이고 숫자만도 100조 개가 넘는다고 하니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수보다 월등히 많은 세균이 우리 몸에서 살아가면서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인체에 기생하고 있는 세균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그 숫자만큼이나 막대합니다. 변비에 도움이 되어 많은 분들이 섭취하는 유산균은 장운동만을 조절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인체 전반적인 면역기능이나 대사를 조절하여 각종 알레르기 질환, 비만, 당뇨 및 심혈관계 질환 등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밝혀져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몸에 기생하면서 유익한 영향을 주는 세균들- 유산균(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엔테로코코스 등-을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하며 이미 많이 상품화되어 시판되고 있습니다. 또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유전적 총체를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하여 이를 의학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최근 면역학계의 가장 핫한 이슈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프로바이오틱스를 효과적으로 증식시키는 데 도움을 주면서 쉽게 소화되지 않는 식품성분을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라고 하여 각종의 올리고당과 같은 탄수화물 분해성분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여성의 생식기관은 통풍은 잘 안되면서도 따뜻하고 습한 조건을 유지하고 있어 미생물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몸의 방어기전이 충실하지 못할 경우 쉽게 병원성 미생물체에 의해 영향을 받기 쉽습니다. 그런 탓에 상당수의 여성들이 외음부-질염에 쉽게 노출되게 됩니다. 여러 종류의 병원성 미생물체들 가운데 가장 흔한 세균에 의한 질염에 대해 본글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여성의 질에서도 앞서 말씀드린 우리 몸에 유익한 세균인 유산균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들 세균이 대사하면서 만들어 내는 젖산의 영향으로 pH 4.5 정도의 산도를 유지하면서 가드네렐라와 같은 혐기성 유해세균의 침투를 억제하면서 세력관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로나 강력한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거나 성관계나 생리를 한 직후와 같이 유산균의 서식조건이 변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유산균과 혐기성 유해세균의 세력균형이 무너지고 1% 미만으로 유지되던 유해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하게 되면 유산균이 패퇴하며 전형적인 세균성 질염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혐기성 세균의 생리적 활성을 억제하는 메트로니다졸과 같은 항생제를 5~7일간 투여하면 증상이 뚜렷하게 개선될 수 있지만 질염 발생과 함께 파괴된 유산균의 서식환경이 자발적으로 복원되지는 않기 때문에 혐기성 유해세균에 1차적으로 맞대응해 줄 유산균이 사라진 상태에서 향후 쉽게 질염이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만성 세균성 질염에 대한 최근의 연구들은 첫 발병이후 파괴된 질 내 유산균을 어떻게 하면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제제의 보충을 통해 세균성 질염의 재발을 예방하고 혐기성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다만, 경구 복용을 통해 프로바이오틱스 제제가 위장관을 거치는 동안 온전하게 질강에 도착하게 하는 것과 도착한 유산균들을 어떻게 잘 정착시킬 것이냐의 문제는 보다 정교한 방법론에 의한 연구가 추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한방에서 사용되는 만성 세균성 질염치료에 효과적인 약물들을 고려해 보면 프로바이오틱스가 질 내에서 잘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는 프리바이오틱스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가설을 세울 수 있고 이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들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 자윤의 의료진들은 수천년간 축적된 여성질환에 대한 한방치료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을 지속해 오고 있고 이러한 만성 세균성 질염의 치료의 기전을 밝히는 데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