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유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서초반포점 대표원장 백종순>
습관성 유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유산은 산모와 남편 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줍니다. 그런데 이런 유산이 여러 번 반복되어 고통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습관성 유산입니다.
과거에 습관성 유산은 3번 이상의 유산을 의미했으나 최근 미국생식의학회(ASRM)와 유럽불임학회(ESHRE) 공동으로 몇 가지 개념들을 정리하면서 습관성 유산의 정의를 2회 이상유산이 된 경우로 바꾸었습니다. 건강한 산모의 경우 1회 임신에서 유산할 확률은 15~20% 정도이지만, 한 번 유산한 산모가 다시 유산할 확률은 훨씬 증가하며 유산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다음 임신에서 유산될 확률은 계속 높아집니다. 습관성 유산의 발생 빈도는 1%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임상적 유산(초음파로 아기집을 관찰 한 이후의 유산)만을 헤아렸을 때의 확률이고 화학적 유산까지 고려한다면 습관성 유산의 확률은 훨씬 높아집니다.
습관성 유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밝혀진 원인으로는 선천적 자궁기형이나 후천적 자궁 이상, 갑상선이상이나 황체기 결손, 면역학적 이상, 염색체 이상, 감염 등입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원인이 규명되면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습관성 유산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2012년 유럽생식의학회지 Human Reproduction에 실린 습관성 유산에 대한 논문에 의하면, 30대 초반 여성의 경우 습관성 유산의 50%가 원인불명이었으며 그중 68%는 특별한 병리적 문제없이 우연히 반복되는 습관성 유산이었다고 합니다. 이 논문에 의하면 여성의 연령이 낮을수록, 이전 유산이 임상적 유산이었을 경우, 이전 유산 횟수가 4회 이상일수록, 이전 태아 염색체 검사가 정상이었을 경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로 분류하였습니다.
한방에서는 습관성 유산을 삭타태(數墮胎), 활태(滑胎)라고 합니다. 한방부인과 서적인 『부인규(婦人規)』에는 “무릇 임산부가 자주 유산하는 것은 반드시 기맥(氣脈)이 손상되었기 때문인데, 선천적으로 약한 경우, 나이가 많은 경우, 우울하고 화가 나거나 고생을 많이 한 경우, 음식이나 타박 등에 의해 기맥이 손상되어 생기는 것이다” 라고 하였는데요, 모두가 오늘날 습관성 유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들입니다. 최근 늦은 결혼으로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으며 과도한 스트레스와 오염된 환경은 습관성 유산의 위험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이를 한의학적인 용어로 하면 신허(腎虛), 간울(肝鬱), 기혈허약(氣血虛弱), 혈열(血熱) 등으로 표현되며 각각 증상에 맞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습관성 유산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몸이 임신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시간을 충분히 갖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습관성 유산은 임신 자체가 안되는 것이 아니라 임신의 유지가 어려운 경우입니다. 따라서 마음이 조급하다고 해서 준비 없이 여러 차례 임신시도를 하는 것은 오히려 산모의 기혈을 허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임신에 악영향을 줄 뿐입니다. 엄마의 몸은 태아가 뿌리내리고 자랄 수 있는 집이자 영양을 공급하는 공급처입니다. 따라서 습관성 임신이라면 임신 전 적어도 3개월은 건강한 몸을 만드는 시간을 갖는 것이 임신 유지가능성을 높이는 길입니다.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말이 있듯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체의 부조화를 바로잡고 허한 부분을 보충한다면 습관성 유산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