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낳는 한약 있나요?
“아들 낳는 한약 있나요?” 자주는 아니지만 진료실에서 임신 준비를 위해 오신 부부들에게 가끔 듣곤 합니다. 과거에 비해서 남아선호사상은 옅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아들을 못 낳는다고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나 손녀에게는 홀대하고 손자를 예뻐하는 어머님들이 있습니다. 시어머니의 지나가는 농담에도 상처받는 여성들이 아직 존재합니다.
한국은 유교의 영향으로 조상의 제사를 맏아들이 물려받아 왔습니다. 이것을 ‘가문을 잇는다.’ 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장남이 아들이 없으면 문중에서 양아들을 들여 가계를 이어가게 했습니다. 자연스레 남아선호사상이 생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선 시대 성리학은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여 남아선호사상을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시대는 남아선호사상의 정점이었습니다. 사내아이를 낳지 못하면 소박을 맞는 경우도 있고 남성은 대를 잇는 다는 명목에 첩을 얻기도 했고 심지어 씨받이를 하는 경우도 있었죠.
남아를 바라는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듯 조선시대에 발간된 동의보감에는 ‘전녀위남법’ 이 쓰여져 있습니다. 말 그대로 여아를 남아로 바꾸는 방법인데 내용은 임산부의 침상 밑에 도끼, 수탉의 긴 꼬리, 남편의 머리카락과 손발톱을 두라는 내용입니다. 설마 따라하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 이 당시 만들어진 동의보감은 계통적으로 쓰여진 전문서적이 아니었습니다. 잡다한 의학 지식들을 모두 담아둔 백과사전으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예전의 의학은 그 시대의 철학, 종교, 경제, 시대상과 연관이 많았습니다. 위의 내용은 의학적 지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아들, 딸 골라낳기에 대한 관심은 서양에서도 있습니다. 미국의 생식생리학자이며 콜럼비아대학 산부인과 교수였던 랜드럼 B 쉐틀즈 박사는 저서인 ‘선택임신법(how to choose the sex of your baby)'에 성관계 시기를 이용해서 원하는 성별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1963년 정자를 현미경으로 X, Y 염색체를 발견했는데 X염색체가 Y염색체보다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Y 염색체는 빨리 헤엄치지만 단명하고 X 염색체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헤엄치지만 장수한다는 것을 알아냈죠. 고로 딸을 낳고 싶으면 배란 며칠 전에 성관계를 가지되 배란시점은 피해야 하고 아들을 낳고 싶으면 배란 시점에 관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1995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임신을 시도하는 여성들을 추적결과 성관계 시기와 자녀의 성별 사이에는 큰 연관이 없다고 밝혀졌습니다.
아들 낳는 묘약은 없습니다. 초혼연령도 높아지고 난임 부부도 많아지는 요즘에 이런 문제로 고민하기보다는 조금 더 건강하게 임신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